1. 자유를 위한 틀
자기 내면의 파괴적인 기질과 가장 추악한 환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만이 안전하게 타인의 자유를 촉진할 수 있다. 자유를 위한 틀을 만들 때 유의해야 할 핵심은 한계를 설정하고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한계는 관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정해주고 현실 감각을 유지하게 하며 안정감을 준다. 적절한 한계가 없다면 규제되지 않은 무의식의 분출로 겁을 먹거나 당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술치료사는 아이들이 마음껏 움직이고, 사고하고, 공상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야 한다.
1) 창의성 발달을 위한 조건
① 미술도구
드로잉용 도구와 채색용 도구, 조소용 도구 등 모든 도구를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통일된 단 하나의 방식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도구들이 갖추어진 환경을 제공받기만 한다면 창의적인 충동은 자연스레 발휘되고 실현된다.
따라서 치료사는 아이의 발달 단계, 근육 조절 능력, 이전의 경험, 흥미, 필요를 고려해 질 좋고, 내구성 있는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
② 공간
재료와 장비는 늘 지정된 자리에 두는 것이 좋고, 도구들은 가지런하고 깔끔하게 정리해 두어야 한다. 밝기가 적당하고 방해받지 않을 공간이 필요하다. 아이가 미술도구 뿐만 아니라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③ 시간
흥미를 유지하면서 진정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길어야 하며 아이에게 미술치료 시간이 언제 끝나는지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
④ 규칙
규칙을 정해 놓으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며, 내면의 질서와 체계가 아직 잡히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규칙이 꼭 필요하다. 미술치료를 시행할 때는 물리적 보호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⑤ 안전
미술치료에서 어떠한 종류의 표현이든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다른 사람의 몸을 더럽히거나 도구를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표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려주는 것이 좋다. 치료사는 심리적 요인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 창의력 발달을 저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⑥ 존중
아이가 자신의 방식으로 자기 속도에 맞추어 탐색하고 실험하도록 두어야 하며, 결과물이나 미술 활동 과정에 대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작품은 아이의 연장이기 때문에 아이가 만든 작품을 대할 때도 조심스러운 손길로 만지고, 보존하고, 전시해야 한다.
⑦ 관심
아이들은 거짓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진정한 관심을 보이려면 세심하게 관찰하고, 경청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네야 한다.
⑧ 지원
아이가 어떤 미술 발달 단계에 해당하는지 세심하게 인지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2. 미술 발달 이해
1) 정상적인 미술 발달 과정
① 조작 (1~2세)
미술 발달의 첫 번째 단계는 재료를 조작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에서 시작한다. 조작 단계의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물질을 통해 다양한 감각적 자극을 경험하고, 운동신경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이 단계의 아이는 완성된 결과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② 형성 (2~3세)
이 단계의 아이들은 의도에 따라 재료를 솜씨 있게 다루기 시작한다.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분리된 형태를 만들기 시작하며, 의도적인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독립적인 형태를 만들고, 그것을 다른 선이나 형태와 연관 지을 수 있다.
③ 명명 (3~4세)
이 단계의 아이들은 자신이 그리거나 만든 대상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다. 스스로 무엇을 만드는지 생각할 수 있게 되고, 창조물의 겉모양뿐 아니라 그 밖의 여러 특성을 매우 유연하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④ 표상 (4~6세)
선이나 덩어리를 배치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채색을 하고 경계를 만들 수 있다. 선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색칠을 하는 데에서 큰 만족과 즐거움을 느낀다. 로웬펠드는 이 시기를 전도식기라고 명명했다. 전도식기는 특정 대상에 대한 상징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하지만 아직 완전하게 표상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붙인 이름이다.
⑤ 통합 (6~9세)
아이들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관점으로 사물과 그림을 볼 수 있게 되면서 도식적 상징과 그 상징을 서로 관련시키는 방식 또한 변화한다. 아이의 창의적 시야가 넓어짐에 따라 그 대상이 가까운 곳에서 점점 확대된다는 점만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동일하다.
⑥ 친숙과 (9~12세)
이 시기의 아이들은 비율과 명암에 신경 쓰고, 선과 면을 제어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한다. 사물을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2차원적 표현과 3차원적 표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단계의 아이들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불안과 좌절을 경험한다. 자신의 노력에 만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낙담한 아이들에게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미술 도구로 바꾸어 보거나 잡지나 3차원 재료를 활용해 콜라주나 조소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⑦ 개인화 (12~18세)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사춘기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친숙과 단계를 밟는다. 사춘기까지 미술에 의욕을 보이는 아이들은 의도적으로 작품을 개인화함으로써 사춘기에 겪게 되는 문제를 극복하고자 시도하기도 한다.
2) 발달 지연 혹은 천부적 재능
아이들은 대부분 정상 범위 안에서 성장하고 발달한다. 그러나 또래에 비해 미술 발달이 현저히 뒤처지는 아이가 있다면 미술 발달 지연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지, 변화의 여지가 있다고 여겨지는지 혹은 발달 지연이 기질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심리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지 치료사는 생각해 보고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또래에 비해 미술 발달 수준이 현저히 앞서는 아이의 경우에도 아이가 앞으로도 일관되게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지 가변성이 있다고 여겨지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3) 발달과 관련된 쟁점들
① 심상의 원천
아동의 미술적 심상은 내부요인 이외에도 여러 외부적 힘이 미술적 심상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시각적 세상 그 자체가 아이들의 심상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미술 활동을 하는 아이들은 각자 선호하는 심상을 발달시킨다. 아동이 성장하면서 선호하는 심상의 겉모습이 바뀔 때도 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심을 기울이는 면이 달라지고 몸과 마음이 성장하기 때문에 미술 활동의 의미가 달라진다.
② 미술 발달 퇴행
어린이들의 미술 발달 퇴행은 형태, 내용, 구성, 사고 과정의 네 가지 면으로 나타난다. 어린 시절의 표현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형태의 퇴행이 가장 흔하며, 내용의 퇴행은 발달 초기와 관련된 상징적 재료로 돌아가는 것이다. 구성의 퇴행은 의식에서 무의식을 향해 아래 방향으로 점차 깊어진다. 형태의 분열, 무질서 등이 특징이다. 사고 과정의 퇴행은 정신병적인 상태나 몽상, 환상에 사로잡힌 상태를 특징으로 한다. 프로이트가 정의한 ‘일차 과정’이 이에 해당하는데 일차 과정이란 원하는 바나 욕구를 어떤 수고나 노력도 거치지 않고 곧장 얻고자 하는 마음을 말한다. 어떤 아이가 실제적인 시간이나 공간 개념에서 벗어난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의 그림을 그렸다면 원시적이고 비논리적인 사고방식을 반영하기 때문에 사고 과정의 퇴행을 의심해야 한다.
③ 퇴행의 원인
퇴행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스트레스나 어린이 미술에서 나타나는 퇴행의 또 다른 원인은 발달 혹은 성장이다. 억압 성향이 있는 아이에게는 안정된 환경 속에서 마음껏 퇴행해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일시적인 퇴행은 모든 창의적 활동을 할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이다. 퇴행이 자유와 해방의 징후인지, 단순히 무질서와 분열의 징후인지 판단하려면 아이들의 작품에서 형태, 내용, 구성, 사고 과정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